늘 말보다 손이 먼저 가는 사람이었다. 유난히 구겨진 약봉지. 아마 가방 안에서 꽤 긴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내가 너와 보낸 시간보다 밀도 있는 시간이 어디에나 있었다. 지구를 스치는 수많은 혜성들이 영생을 약속하는데, 울리는 갤럭시 전화벨이 손바닥 속에 우주를 만들었다. 해적들이 버리고 간 상자들이 보물이 되는데 어떤 부호는 전 재산을 들여 그 보물을 찾아다녔다. 나에게 어려운 부분이 누군가에게는 탈출구가 된다. 단정적인 말들과 가르치는 말들을 잊고, 잃어버려야 승산이 있다. 타닥거리는 장작은 타고 나면 바람이다. 바람을 타고 어디까지 같이 갈 수 있을까. 비명소리가 거리를 채우는데 아무도 경찰을 부르지 않는다. 모두가 공범이다. 걸레질을 한참 했는데 숯검정이 계속 묻어나온다. 누군가 담배를 피우고 그 냄새는 어릴 적 멀미를 현실로 만든다. 오토바이 소리. 고생했어. 닮은 소리들이 지나치는데 300원짜리 빵이 기억난다. 탄 맛 외에는 질감만 남아있었던 음식에 어떤 기대를 할 수 있을까. 결국은 차분한 목소리가 남는다. 차분한 울림은 바람을 타고 가지만 상스러운 소리는 혜성을 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