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더 두꺼운 피크를 쓰고 있는데 이러다 베이스를 치게 되는 게 아닌가 싶다. 혼자 연주할 때가 많아서 그런 것 같다. 투박한 칼로 가래떡을 썩뚝썩뚝 써는 맛이 있다. 두툼하게 썰린 떡을 입안 가득 넣고 또 칼질을 한다. 삐뚤빼뚤하게 늘어선 떡 조각들이 폐허의 기둥들 같다. 책 속의 쪽지를 보다가 이걸 쓰는 세대는 우리가 마지막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일부러 맨발로 걸었다. 날이 추워 발가락이 툭하고 떨어져 나갈 것 같았다. 호텔로 돌아갔어야 했는데 이상하게 발길이 돌려지지 않았다. 철길을 따라 한참 걷다 보니 몸에 열기가 도는지 발에도 감각이 돌아왔다. 따뜻한 노래를 지어 부르자. 노래는 몸을 진동시켜 온기를 만든다. 그렇다고 모든 노래가 따뜻하지는 않다. 인류의 비탄만을 노래하는 사람들의 머릿결 위로 아랍 왕실 말들의 말갈퀴 같은 윤기가 흐른다. 결국 정성이고 정성은 따뜻한 마음이다. 그렇다고 모든 긴 머리가 아름답지는 않다. 김밥 속에 있는 모든 단무지가 맛있지는 않듯이.
작은 동전을 능숙하게 세는 방법을 알게 될 때쯤 짐을 쌌다. 익숙함이 주는 안락함은 허상이다. 세상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선동하는 사람들이 싫었는데 요즘은 내가 선동꾼이 된 기분이다. 수많이 돌들이 선동꾼의 몸을 뜯고 간다. 조장을 치르듯 경건한 분위기가 돌멩이 깨지는 소리에 어수선해진다. 새들은 살점을 뜯어 양분으로 쓰기라도 하지만 돌멩이들은 붉게 색을 바꿀 뿐이다. 어떤 사이비 종교 교인들은 영생을 주장하는 자신들의 교주를 감금해 살해했다. 그들은 며칠이고 찬송을 부르고 통성으로 기도하느라 땀범벅으로 발견되었다. 따뜻한 노래를 쓰자.
도수가 높은 술을 마시면 몸이 후끈해진다. 나는 취기를 이겨내고 기어코 한 잔 더 먹었다. 그냥 술이 좋아서 마신 게 아니라 따뜻해서 그랬다. 아니다. 맛있어서 먹었다. 기왕이면 맛있는 게 좋다. 김밥 속 단무지처럼. 사람을 미워하면 안 되는데 나는 내가 싫어하는 사람들을 썰어버리기 바쁘다. 나는 따뜻한 사람이 되기로 했는데 자꾸만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분노는 열을 내기 때문에 나는 따뜻한 사람이 되었다. 모로 가도 가기만 하면 그만이다. 두꺼운 플라스틱 조각으로 굵은 철사를 이리저리 괴롭히든 지문을 없애기 위해 손가락을 다 잘라버리든 상관없다. 따뜻한 노래 속에는 분노와 공감이 공존하고 우주는 오늘도 초여름치고 너무 따뜻한 서울 하늘 위로 날아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