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읽던 소설 같은 일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거대한 석조물들과 모든 것을 알고 있는 할머니. 강물은 범람하고 강의 괴물들은 강에서 나와 축축하게 사막을 적시고 있었다. 내가 항아리에서 꺼낸 그릇 조각에는 아무 표식이 없었다. 아마 1학년 때 학교 앞 문방구 가위바위보 기계에서 뽑은 스무 장의 경품교환권이 우연한 행운의 전부였나보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처음 보는 고양이에게 말을 건다. 수백 개의 부장물들이 세상을 놀라게 했다. (마치 아직도 놀랄 거리가 남아있었다는 것처럼) 그중에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살아있지도 않았던 동물 모양들을 붕대로 감아 놓은 유물들이었다. 그것들은 실제 사체로 만든 미라들보다 더 원물의 모양을 가지고 있었다. 돌잔치 상의 가짜 한과들처럼. 내가 한 말들이 딱딱한 플라스틱 같은 질감이었다고 생각하니 너의 얼굴을 떠올릴 수 없었다. 너의 팔은 하얗고 긴 나뭇가지 같았는데 늘 차갑고 아파 보였다. 그저 옆에 있는 수밖에 없었는데 그런 날엔 오랫동안 뜨거운 물에 설거지를 했다. 코가 두 개 있던 사람이 내는 코골이 소리가 영원히 죽은 줄 알았던 사람들을 여럿 일으켜 세웠다. 흙에 숨을 불어 넣어서 생긴 일들 아닌가. 다 쉬어가는 목소리로 한참 얘기했지만 아무런 공감을 얻지 못했다. 오히려 다행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던 괴물은 사람의 혀에 기생하면서 언어로 타인의 생각을 조종하는 기생충이었다. 구충제 하나로 해결되는 일이었지만 나는 혀를 붕대로 칭칭 감고 스스로 유물인 척해야만 했다. 사실 더 잘할 수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