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이 유독 강하게 내리쬐는 날이었다. 여느때처럼 걸어서 귀가하는 길에 시간을 좀 보내며 쉬었다 갈 겸 벤치에 앉았다. 표지판에는 늘 성인 여자가 아이의 손을 잡고있다. 이런 저런 생각이 나를 잡았다가 놓았다가 하는 모습이 꼭 개울가에서 자라는 물풀같았다. 물풀은 그저 물이 흐르는 방향으로 가만히 누워있었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각기 다른 외모의 반려견들을 데리고 나를 지나쳐갔다. 나는 그들이 가는 방향으로 눕지는 않았지만 시선만은 끌려가게 내버려 두었다. 물은 흐르는 대로만 두면 스스로 알아서 갈 길을 찾아간다. 그렇게 한참 뒷꽁무니를 쫓다가 가로등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분명히 더 밝기도 힘든 쨍쨍한 한 낮이었다. 가로등은 바라보면 눈이 시릴정도로 강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으레 있는 기계 결함일텐데 가로등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색으로 설명하기 힘든 오직 밝기로만 존재를 드러내는 불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