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짝 약이 오른 조명들이 연신 눈빛을 쏘아댄다. 따갑지 않고 거슬리지 않아도 자국이 남는다. 방안이 연기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빛줄기가 더 세차게 내린다. 사람들은 대체로 검지만 간혹 붉고 또 파랗다. 내리는 빛이 강해질수록 바닥에 울림이 강해진다. 모두가 동시에 울리다 보면 기타줄들이 된다. 어떤 사람들은 울리고 싶지 않고 어떤 사람은 바닥의 울림을 능가하는 울림을 만든다. 누구를 이겨 먹으려고 시작한 일은 아니다. 부지런히 서로를 소개하고 소개 받는다. 빛이 하는 일이다. 내가 스스로 할 수 없는 일이라 알아서 하게 내버려 두면 함께 울리는 사이가 된다. 내리는 빛이 정신없이 지나가면 눈동자가 떨고 있다. 붉고 파란 빛의 잔상이 뿌옇게 황변한다. 비 갠 뒤 저녁에 지는 노을이 오래된 형광등의 색을 잘 표현했다. 태양이 정말 무슨 색인지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 그 색을 제대로 보기도 전에 다 녹아버린다. 녹아내린 사람들 위에 잔잔하게 물결이 치고 누군가는 배를 띄운다. 배는 태양의 속도가 만드는 파도를 타고 넘실넘실 수평선을 넘어간다. 어떤 파도에는 눈이, 어떤 파도에는 손톱과 창자가 걸려있다. 파도가 완전히 투명해질때까지 태양은 가속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투명한 파도가 떨지 않을때 빛을 따로 찾아다닐 필요가 없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