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는 핸드폰에 보던 동영상을 켜 두신채로 잠이 드셨다. 소리가 크게 잘 들렸다. 선거에 관련된 내용 같았는데 들어도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사람들이 드문드문 있어서 다들 크게 개의치 않는 눈치였다. 열차가 철로를 부지런히 긁고 지나가고 터널안의 공기가 빠르게 밀려 다닌다. 어떤 음악은 이런 곳에서만 어울리도록 만들어졌을 것이다. 끊임없는 왜곡이 변하지 않는 음을 풍성하게 꾸며주고 반복되는 가속과 감속이 모티브처럼 곡을 발전시킨다. 이따금 나오는 안내 멘트도 대부분은 반복적이라 한 구절을 자연스럽게 정리한다. 귀가 잘 안들리는 분들은 일부러 벨소리를 크게 켜 두시기 때문에 가끔 새로운 선율을 듣는 경우도 있다. 노령의 스님이 옆에 앉으시는데 벨소리와 함께였다. 승복과 벨소리가 그렇게 이질적일 수 없었지만 나와 소리없는 내 전화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이 들었다. 내려야 할 역에 도달하고 결국 열차가 만드는 음악은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