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어가는 모양이 물방울 같아서 시원해보였다. 다 튀고 나니 아예 바닥에는 닿지도 않았다. 이름이 길었다. 그래서 이름을 제외한 다른 인적사항이 떠오르지 않았다. 주먹보다 말이 빨랐기 때문에 손이 턱에 닿는 순간부터 후회했다. 역사나 월식이라는 말을 만들어 놓고 지구가 둥글지 않다고 말한다. 이름부터 내가 지어준 어떤 개념이 또 다른 개념을 만들어 냈다면 어떤 것도 내어 줄 수 있다. 새로 연 염장 훈연 고기집에서 파는 싼 와인을 먹고 체했는데 자꾸 속에서 그 때 먹었던 고기 냄새가 난다.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게 계획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겪는 절망을 생각한다. 안정을 멀리서 바라보는 사람과 격랑을 지나 찾는 사람이 있다. 내가 생각하는 안정은 이미 태풍을 지나는 비행기와 엎질러진 활어 탱크 사이에 있다. 비행기 바닥에는 끈적함이, 사거리에는 그물 썩는 냄새만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