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금 세상의 반이면 나머지 반은 미역과 조개 그리고 물질세계가 뱉어내는 어려움으로 가득한 바닷가에 고인 물이다. 아무도 머물지 않지만 타이어는 흙탕에 갇혀있고 움직이지 않는다. 움직임이 생명과 직결되지만 생명은 오히려 은근하다. 대학생 때, 고등학생 때부터 생각하던 기타를 만들려고 갔을 때, 비좁은 골목에서 굳이 선 채로 계란에 적신 밀가루 전병을 먹었을 때, 밀려오는 바람이 의식적인 호흡을 알려주었을 때, 내가 내는 모든 소리가 다른 사람의 말소리에서 들릴 때. 그리고 조용했는데 기억이 내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조용한 밤엔 별들이 하늘을 긁고 지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다들 그 소리에 잠을 잘 자는가 보다. 갑자기 기다리는 줄이 길어졌다. 무슨 영문일지 생각해도 모르겠다. 어제 만난 사람들이 좋은 말들을 해줬는데 어디서 넘어졌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날씨는 늘 바뀌는데 내가 무딜 뿐이다. 어떤 순간에는 영원히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제는 일부러 서둘러 나이를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