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이 소리 없이 천천히 흘러가고 있었다. 자기 몸집보다 몇 배나 큰 카트를 자전거로 끌고 가는 사람들이 계속 내 앞을 지나갔다. 멀리서 가끔 사이렌 소리가 들리긴 해도 이곳은 전체적으로 차분하다. 뜨거운 수프를 한 그릇 먹고 싶었지만 당장 의자에서 일어나지지 않았다. 와인을 마저 마시고 등이 하얀 까마귀들을 바라본다. 덩치가 크지도 않고 음식에 마구 달려들지도 않는다. 이따금 쳐다보면 어딘가 멀리 보고 있다. 맹금류의 시력이 인간보다 월등하다는 것은 모두 아는 사실이다. 나에게는 그저 일반적인 몸짓으로 보이는 행동들이 새들에게는 훨씬 다채롭게 보일 것이다. 시선이 나무로 향하자 나무들이 갑자기 늘어난다. 옆으로 위로 저 너머로 갑자기 숲을 만들고 쏟아지는 햇볕으로 검은 잎들을 다른 색으로 치장한다. 어떤 나무들은 이파리를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처럼 굴다가 갑자기 수만 장의 잎들을 동시에 꺼내어 놓는다. 작은 애벌래 한 마리가 한 가닥 거미줄에 매달려 느리게 공중을 유영한다. 둥둥 떠다니는 모습이 강물 위에 있는 오리 같다. 마트에서 산 후무스를 양껏 떠먹고 이제는 한쪽 하늘을 완전히 채우고 있는 해를 피해 걷는다. 발을 바닥에서 떼지 않고 뛰는 사람들과 제초기의 공통점은 흐름에 맞서 보겠다는 의지이다. 그저 의지의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