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퀴 달린 동물이라고 생각해 보자. 갈퀴의 궤적을 아름다운 선율로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여유 있는 곡선과 모래에 남은 궤적을 바라보며 이상향의 어떤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물속에서 천천히 움직이며 물의 흐름을 바꾸는 움직임을 바라볼 것이며 수면에서 튀어 오르는 물방울의 모습을 가 본 적도 없는 고향에 비유할 것이다. 갈퀴는 영감의 근원이자 생명의 발현 그 자체로 바라볼 것이고 누가 더 이상적인 갈퀴를 가졌느냐에 대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을 것이다.
발에 진훍이 많이 묻는다. 진흙은 그저 흙이 물을 만나 생기는 현상일 뿐이지만 발에 묻은 진흙은 모두가 생각하게 만든다. 발은 늘 겉싸개에 눌려 답답하고 전신의 체중을 온전히 감당한다. 특히 엄지발가락의 경우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돌아서고 나서고 발을 빼는 모든 의사 표현이 시작되는 곳인데 그 부분을 숨기거나 색을 칠해 그 힘의 중요도를 희석한다. 거기다 발톱이 조금이라도 길어지면 불결하다고 생각하며 쉽게 한 사람의 평가를 내린다.
조용한 하늘에 비행기가 날아가면 그 진동이 소리로 전달된다. 비행기의 의도가 무엇이든 소리는 고개를 들게 만들고 나아가 탄식과 탄성을 불러일으킨다. 지하철에 아무리 사람이 많아도 지하철 브레이크가 레일을 긁고 지나가는 소리는 없애지 못한다. 눈을 긁으면 시원한데 그 결과는 붉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