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사람들은 전부 외국 사람들이었다. 말이 잘 통하지 않아 답답했지만 급하게 사람들을 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 어쩔 수 없이 계속 데리고 일하게 되었다. 손수레가 있는 위치를 여러 번 알려줬지만 그들은 계속해서 맨손으로 무거운 자재를 날랐고 수고는 더한 반면 능률은 계속 떨어져 여러모로 곤란한 상황이었다. 그러다가 장마가 시작되어 아예 작업을 할 수 없게 되었는데 점검차 들린 현장에 인부들이 가득했디. 분명히 나오지 말라고 전달했고 알았다는 답변도 받았지만 그들은 여전히 맨손으로 비에 완전히 젖어가며 작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빗물에 안전사고가 너무 걱정되는 상황이라 소리를 지르며 뜯어말리려는데 느릿느릿 움직이던 인부들은 내 쪽을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다. 오히려 몇몇 인부들은 옅은 미소까지 띠어가며 쉬지 않고 작업했다. 몇 명을 붙잡고 소리를 질러보아도 소용없었다. 좁은 작업장 특성상 안에 들어가서 나머지 인부들에게 얘기하는 것도 어려웠다. 하는 수 없이 일과가 끝날 때까지 함께 비를 맞으며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장마는 거의 한 달 내내 계속되었다. 유례없는 장마에 여럿이 죽고 다쳤다. 약속되었던 많은 일들이 취소되었고 변경되었다. 다른 모든 공사가 완전히 미뤄졌지만 우리 현장만 공기를 맞췄다. 다들 비결을 물었지만 빗속에서 일했다고 해도 아무도 믿지 않았다. 장마에도 계속 일한 덕에 감기 한 번 안 걸린 여름이었다. 외국어도 조금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