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이 시끄러워 커튼을 걷자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움직임은 작고 크게 발음은 명료하고 부정확하게
차의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아서 앞차를 그대로 박을 뻔 했다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있는 사건이었다 모두 억울해하느라 정작 무슨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관심없었다
사찰의 밤은 생각보다 분주했다 신경이 날 서 있었기 때문에 쥐와 새들, 고양이와 날벌래의 일들이 눈 앞에 보이는 듯 했다 고요할수록 더 시끄럽게 들리고 시끄러울수록 눈앞이 더 캄캄했다
보통 모르는 사람과 눈이 마주치면 눈을 피하게 되는데 이상하게 서로 한참 바라보는대도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따뜻한 욕조에 몸을 담구듯 편안했고 둘 다 미소는 짓지 않았지만 미소보다 더 큰 소리를 눈으로 내고 있었다
최근에는 우울했다 더 많이 자고 더 많이 먹고 싶었는데 어쩐지 더 못자고 더 못먹게 되었다 우울의 실체가 육체일거라고 다들 말해주었지만 기대와 실망에 쓰이는 육체를 다독일 기술이 없었다 가짜나무들이 든든하게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다 조만간 인공태양도 개발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