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 보니 그 한순간만을 위한 일이 되어 버렸다. 일상에서 서로 대화하는 것, 눈인사, 아니면 서로의 기척에 반응하는 것조차도 불필요한 일이 되어버렸다. 그들은 모두 영원히 풀리지 않을 것 같은 팔짱을 낀 채 누가 더 멀리 볼 수 있는지 경쟁하듯 먼 풍경만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구체적인 일자나 시간이 전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다들 언제나 긴장한 상태였고 생전 일어나지 않던 사건사고들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들이 기다리는 그 순간은 마치 종말과 같은 무게로 모두에게 그림자를 드리웠고 그 사람들은 살아는 있었지만 삶의 생기를 풍기지 않았다.
그러나 금방이라도 올 것 같던 그 순간은 오지 않았다. 그리고 사람들은 살아남아 다른 방식으로 진화하기 시작했다. 그들에게 약속되었던 어떤 결말이 나타나지 않자 스스로 결말의 건너편으로 넘어가 버렸다. 그들은 초췌하고 텅 비어 보였지만 동시에 아스팔트 도로를 뚫고 자라는 나무뿌리 같았다. 사회적인 활동은 없었지만 긴장하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은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깨달음을 얻은 수도승처럼 차분한 공기가 그들의 주변을 채웠고 마을은 곧 거대한 수도원의 모습을 닮아갔다. 그들은 태양의 온기와 수분의 절대성을 온전히 이해했고 그들을 통과하는 모든 변화를 초월했다. 동물보다 식물에 가까운 사람들이 늘어갔고 어떤 이들은 전설 속의 고승처럼 팔다리가 퇴화했다. 보이는 육체의 모습은 미라에 가까웠고 그들이 겪은 세월도 미라의 연대와 닮아갔다.
미래에 다른 의미로 영원히 사는 사람들이 그들을 발견했다. 늘 새로운 피부와 근육을 가진 이들이 의식이 있는 미라를 바라보기 힘들었다. 거의 검은색의 피부를 아기의 새살로 만지며 경이로워하는 사이 미라에게서 사람의 목소리가 아닌 어떤 진동이 발생했다. 새들이 일제히 하늘로 솟구치는 모양으로 미라가 펑 하고 먼지가 되어 산산이 흩어졌다. 좀 전의 진동이 마침내 알아들을 수 있을 만한 소리가 되어 공기 중에 떠 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