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룩시장에 가면 널린 게 훈장이고 상패다. 누군가 목숨을 걸었던 시간이 눈앞에 수북이 쌓여있다. 나는 역사 속의 노인이다.
어릴 적 롯데월드 당나귀 아래에는 금빛 초콜렛이 쌓여있었다. 그걸 실제로 보았을 때 나는 두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너의 손이 얼마나 큰지 보려면 내 손을 드밀어야 한다. 비교와 대조를 구별하는 일은 아직도 어렵고 어떤 나라에서는 그 차이를 오타 정도로 취급한다.
나를 이해하려고 너를 이해하려고 했다. 시작도 하지 못하고 죽어버린 시간들. 표면의 색 말고는 아무것도 할 얘기가 없었다. 거대한 다시마 줄기가 태양 아래 일렁이는 걸 보니 어차피 전부 물으로 돌아가야 한다. 뭍에서는 기껏 야자수 정도 아닌가.
사람이 하는 생각은. 내가 알고 있던 세상은 이것으로 전부 끝이 났다. 너무나 치밀하고 완벽한 마무리였기에 아쉬울 새도 없었다. 터덜터덜 걸어 포장마차에 갔는데 국수가 불어있었다. 억지로 다 먹고 나오는 길에 시비가 붙어 한참 얻어맞았다. 찻길에 앉아 있는데 쓰레기차가 와서 경적을 울렸다. 여기저기 피가 나는데 오히려 시원했다.
깡통 같은 시간들이 시끄럽게 울어댔다. 지금 생각하면 나는 겁에 질려있었다. 보이는 주위의 모든 것을 옭아매는. 가깝게 또는 멀게 들리는 기차 소리가 새벽에도 나와 함께했다. 네 명 혹은 다섯 명의 사람들이 늘 나를 위해 기도해주었다. 나는 다시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고 내가 네 명 혹은 다섯 명의 사람이 되도록 시간을 희생했다.
시간은 금이 될 수 없고 내가 읽었던 책에서는 하나같이 배신을 얘기한다. 외딴 섬의 주민들과 소통 없는 호텔 사장. 꿀밤을 놔주고 싶다. 요즘은 너무 숲이 보이기 때문에 삼 화음을 쌓다가도 제일 위에 소리를 잊고 만다.